한국낚시업중앙회

파로호 쥐행기

운영자 | 2010.07.12 12:27 | 조회 3205
낚시에 한창 미쳐 살때 실제 있었던 실화입니다.
조행중의 에피소드로 예전에 모 낚시 싸이트에도 올렸던 글입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 주세요.


파로호...
충주호가 담수되기 이전
낚시인들의 꿈의 메카로 까지 불리워 지던 곳
때깔 고운 토종붕어의 손맛과 메타급 괴물 잉어의 파워에 얼마나 많은 날들을
그곳에 미쳐 살았던가...

태산리, 월명리, 상무룡리, 김일성별장터...
지명만 들어도 가슴 설래이던 곳 들인데 발길을 안 한지 십 수년이 지나
이제는 내가 자리했던 곳이 다 어디 어디 였는지 기억 조차 할 수 없음은
그 만큼 시간이 흘러서 이젠 소중한 추억으로 승화되고 마는 것이겠지요.

붕어가 터졌다는 소문에
파로호 태산리에 들어 갔다가 2박 3일 동안 쉬지 않고 내리는 장대비에
들쥐들과 동침을 해야했던 조행기....
아니 손맛도 실컷 보았으니 조행기 보다는 쥐행기라 하는 것이 맞을지도 모르겠네요.

붕어가 터졌다는 소식에
낚시 만큼은 눈빛 만으로도 통하는 단짝 친구와 의기투합
폭우 쏟아지는 장마철 우중에도 불구하고 파로호로 쐈습니다.
터졌다는데야 어디 직장이 문제인가 월차내고 부리나케 달려갔지요.

파로호 구만리 선착장에 도착해 마악 배에 오르던 때부터 심상찮은 먹구름이
이내 폭우로 바뀌고 한치 앞이 안보일 정도로 파로호 수면에 쏟아 부었습니다.
갑작스런 폭우에 흠뻑 젖고서야 목적했던 태산리 뱃터에 짐을 내렸으나
쏟아지는 폭우에 낚싯대를 펼칠 엄두가 나지 않아 그저 몸 피할 곳 부터
찾아야 했습니다.

배터 가까이에 창고로 사용하던 곳 인지
듬성 듬성 판자로 짜 놓은 움막같은 곳에 들어가
대충 바닥을 정리하고 앉아 비를 피해야 했습니다.
떨어지는 빗물의 반은 그대로 맞아야 했습니다.
그래도 전체가 노출되는 것 보다는 낫다는 생각에 버티고 앉아
비 그치기만을 기다리는데 버얼건 황토물이 순식간에 3미터 가량 불어 났습니다.

둘 만이 앉아 있는 그 움막 안으로 어디서 나타난건지 들쥐 한마리가
빼꼼히 머리를 내밀고 들어옵니다.
말 그대로 비 맞은 생쥐꼴을 하구선 대낮인데 겁도없이...

처음엔 놀라고 징그럽기도 해서 받침대를 꺼내 겁을 줘 쫒아 냈습니다.
그러나 얻어 맞고 쫒겨 난 놈이 다시 들어오고 또 두들겨 패고 하는 사이에
그 수가 점점 불어 나더니 시간이 지나면서 바닥이 세까말 정도로
모여 들더군요.

받침대로 힘껏 내리치면
덩치 작은 쥐들이 한번에 두세마리가 즉사합니다.
어디서 그렇게 몰려들어 오는 것인지 죽어 나가는 놈들 보다
그 수에 곱을 해서 다시 모여 들었습니다.

엄청난 폭우로 들쥐들의 집(쥐구멍)이 수몰되어 이놈들도 생명에 위험을
느꼈던 것인지 비 피할곳을 찾아 이곳으로 모여든 것이었습니다.

이제는 받침대를 움켜 쥔 내 눈과 마주쳐도 피할 생각을 안합니다.
그저 빤히 쳐다 보기만 할 뿐 도망 칠 생각을 안합니다.
배째라는 식으로 말이죠.
하기사 밖에 나가 황톳물에 수장되느니 여기서 게기다 맞아 죽는게 낫다고
생각했나 봅니다.

받침대 세대가 부러졌습니다.
뭉툭한 받침대라서인지 그리 손맛은 느낄 수 없지만
내려 칠때 뭉클하니 손끝에 전해오는 그 특별하고 오묘한 손맛이란
붕어에서 느낄 수 없는 또 다른 맛이 느껴지더군요...

그 놈들을 다 살림망에 넣었더라면 아마 목까지는 가득 채웠을 것입니다.
평소에 고기 욕심이 많았던 친구놈이 마릿수는 훨씬 더 되는 것 같습니다.
뭐랄까... 물반 고기반, 완전 초대박, 이런 폭발적인 입질은 첨있는 일입니다.
찌맛은 없지만 이 들쥐들의 입질에 손맛보느라 정신이 팔려있는 동안
날은 어두워지고 밤이 되니 온통 이놈들 세상이더군요.

천정에서 찍찍대며 기어다니다 머리 위로 떨어지질안나,
비 덜 맞는 자리를 차지하려고 지네들끼리 싸우고 지지고 볶고
발광들을 하더군요.
참다 못해 후레쉬 전등을 켰다가
끼악~!! 나도 모르게 비명을 지르고 말았습니다.
하마터면 기절할 뻔 했습니다.
이 광경을 임산부나 노약자가 봤더라면 정말로 큰일 났을 것입니다.

불빛에 반사된 수천개의 들쥐들의 형광 눈빛이 한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 광경이 마치 김치냉장고 걸려있는 실내하우스낚시터의 캐미 불빛을
보는 듯 했습니다.
한평도 안되는 조그만 판자 움막에 파로호 들쥐란 들쥐는 다 이곳으로
모여든 것 같았습니다.
그 즐겨보던 동물의 왕국을 보는 줄로 착각할 뻔 했습니다.

머리털이 곤두서는 것과 동시에 등골이 오싹해짐을 느껴며
그 뭣이냐... 유행성 출혈열 인가?
그것도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역마살이 껴서인지 워낙히 들판을 싸돌아 다녀 어느 정도 면역은
돼 있을 거라 생각도 했지만, 한꺼번에 그 많은 쥐새끼들을 보고나니
정말로 너무 징그럽고 소름끼치는 공포에 한참을 떨었습니다.

살기 위해서는 결단을 내려야 했습니다.
결국 놈들에게 그 움막을 내주고 밖으로 나와 비닐한장으로
온몸을 둘둘말고 쏟아지는 빗속에서 긴긴밤을 보내야 했습니다.

낮이고 밤이고 하늘이 뚫린건지 비는 멈추지 않았습니다.
낚시 하고픈 마음은 아예 접어 두었습니다.
폭우가 너무나도 무섭게 쏟아지니 오늘은 여객선도 운행을 안하나 봅니다.
아침부터 지금까지 지나가는 배 한 척을 발견할 수 없습니다.
우리 말고는 사람이라고는 구경할 수 가 없습니다.
하룻밤을 이곳에서 더 보내야 합니다. 아니 배가 들어 올때까지...

낮에는 그럭저럭 버틸 수 있겠는데 밤이 오는게 너무나 무서워 집니다.
정말이지 지난 밤은 공포와 경악 그 자체였습니다.
지금도 저 움막안에는 들쥐들이 바글바글 합니다.
오늘밤에는 도저히 저 징그런 놈들이랑 동침할 수는 없습니다.

잠깐 지나가는 소낙비 정도로 생각하고 가져온 텐트도 펼치지 않다가
이제는 달리 방도가 없어 그 비를 맞아가며 텐트를 설치 했습니다.
그 잠깐 사이에도 빗물이 텐트안에 흥건히 고입니다.
두손으로 빗물을 퍼내고 나니 그 움막에 비하면 텐트안이 별장처럼
안락하게 느껴집니다.

하룻동안 아무것도 먹지못해 허기진 배를 채우려고 라면을 끓이다가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며 박장대소를 했습니다.
우리의 모습이 바로 비에 젖은 그 생쥐 꼴이었으니까요.
뚫린 하늘을 온몸으로 막아내고 밤새도록 들쥐에 시달리느라
초췌해진 모습과 옷이며 얼굴에 묻은 핏자국들이 지난밤 움막 사수를 위해
목숨걸고 싸웠던 전투의 치열함을 대변하는 것 같았습니다.
우리의 몰골이 바로 굶주린 들쥐 그 자체였습니다.

두두두둑!
무섭게 때려대던 장대비도 이제는 자장가로 들립니다.
너무 지치고 피곤하여 스르르 잠이 들었나 봅니다.
어느 순간엔가 찢는 듯한 엄청난 아픔과 온 몸의 전율을 느끼며 잠에서
펄떡 깨어 났습니다.
더듬더듬 후레쉬를 찾는데 물컹거리는 것이 한줌 잡힙니다.

끼아아악!!
비명소리에 손안의 들쥐도 놀라서 뛰쳐 나갔습니다.
정말로 징글 징글 소름이 끼쳤습니다.
이 대목에서도 아마 노약자나 임산부 혹은 심장 약한 사람이 목격했더라면
정말로 큰일 났을 겁니다.

후레쉬를 켜고 둘러보니 이 텐트 안에도 100마리가 넘는 들쥐가
들어와 있었습니다.
그 비명소리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시체처럼 죽어자는 친구의 얼굴에도
두마리가 올라앉아 있었습니다.

통증아린 발가락엔 피가 철철 흐르고 있었습니다.
이놈들이 허기져 내 엄지 발가락을 물어 뜯었나 봅니다.
친구를 깨워 텐트안에 있는 쥐들을 밖으로 다 쓸어내고 사태를 수습해 보니
굶주린 들쥐들이 부식물의 냄새를 맡아 먹을 것을 찾으려고
텐트안으로 들어온 것이었습니다.
쌀이며 부식물들을 모조리 작살 내 놓고 심지어 낚시가방까지 다 물어
뜯어 놨습니다.

오죽이나 배가 고팠으면 내 발가락까지 물어 뜯었겠나 싶어
불쌍한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우리가 처해있는 상황도
그 들쥐들과 전혀 다를 바가 없었습니다.
텐트를 네군데나 구멍을 뚫어놓고 그 구멍으로 들쥐들이 빠꿈 얼굴을 내밉니다.
아직 허기진 배를 못 다 채웠나 봅니다.

구멍난 텐트를 낚시가방과 양말, 모자, 수건... 갖가지 물건들을 동원해서
틀어 막아도 머리를 들이 밀고 어떻게든 들어오려 몸부림칩니다.
먹이에 대한 집착이 정말로 대단합니다.
하는 수 없이 남은 부식물을 밖으로 다 내던져 줬습니다.
그러고 나니 놈들이 텐트에 기웃 거림은 덜하더군요.
그제서야 편히 잠을 잘 수 있었습니다.

꿈인지 생시인지 머얼리 백사장이 보이고 아득한 수평선위로
하얀 갈매기때가 넘실 넘실 나르며 밀려오는 파도소리가
너무나 생시와 같다는 생각에 눈을 떴습니다.
아뿔사! 하마터면 그곳 파로호에서 불귀의 객이 될 뻔 했습니다.

물이 불어날 것을 염려해서 한참위에다 설치해 놨던
텐트 바로 아래까지 물이 불어올라 찰랑대고 있었습니다.
여명이 채 밝지 않은 시간이라 사위 분간을 제대로 할 수 없었는데
언뜻보니 시커먼 군함같이 생긴 배 한척이 경광등을 켜고
터억 눈앞에 버티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여어~ 아저씨들 얼렁 배에 올라타세요!! 늦으면 큰일 나요!! 빨리 빨리!!"
그 배의 정체는 인명구조선 이었습니다.
이틀간의 집중호우로 건너편 골에서 낚시하던 두사람이 실종 됐답니다.
경찰의 재촉에 텐트고 뭐고 낚시가방만 달랑메고 정신없이 배에 올라 탔습니다.

비는 그쳐가는데 수위는 점점 오르는 상황이고
그 배는 이골 저골을 돌아 다니며 물에 빠진 생쥐꼴을 하고 있는 몇 사람을
더 태우고서 구만리 선착장으로 무사히 돌아왔습니다.
낚시하러 온 우리가 인명구조선에 목숨을 구조받은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공포의 파로호에서 해방 되었습니다.

길고 긴 악몽과 같은 2박3일의 쥐와의 전쟁을 마치고
구만리 선착장을 향하는데 저 멀리 동촌마을에 색상도 선명한
쌍무지개가 떠 있었습니다.

7월의 강한 햇살을 받으며 선착장에 다달으니
허연 김이 모락 모락 머리위로 피어오르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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